작성일 : 25-01-15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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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성매매 집결지(일명 미아리 텍사스)에서 일하던 여성이 연이율 수천%에 달하는 고금리 불법 사채업자들의 잔혹한 추심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운데, 고인의 동료들은 다음달 시작되는 집결지 철거 이후 생계가 막막하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미아리 성노동자 이주대책위원회’(이주대책위) 소속 성매매 여성 30여명은 28일 오전 서울 성북구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미아리 집창촌(성매매 집결지) 성노동자들의 이주 대책과 생존권 보 신용카드 연체 장 방안을 논의하라”고 촉구했다. 서울에 남은 성매매 집결지 두 곳 중 하나인 미아리 텍사스는 신월곡 1구역 재개발 사업에 따라 다음달부터 철거가 시작된다. 홀로 어린 딸을 키우며 생활고와 사채업체의 불법 추심에 시달리다 지난 9월22일 숨진 채 발견된 ㄱ씨(35)도 이주대책위에서 활동을 해왔다. 이주대책위는 9월 말부터 매주 목요일 성북구청 앞에서 집회를 별내 아이파크 2차 열고 있다.
이들은 “성착취로 부당하게 돈을 벌어 온 업주와 건물주는 막대한 개발 이익과 보상금을 받고 이주를 마쳤지만, 우린 어떠한 권리도 보장받지 못한 채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김수진 이주대책위 위원장은 “성북구청과 재개발 조합 등이 성매매가 불법이라는 이유로 우리 의견은 듣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철거를 밀어붙이고 있다” 육아비법 고 비판했다.
이날 집회에선 ㄱ씨에 대한 추모도 이어졌다. ㄱ씨와 알고 지냈다는 ㄴ씨(34)는 “집결지 철거를 앞두고 생계가 막막해 고리 사채에 손을 뻗는 이들이 적지 않아 남 일 같지 않다”고 말했다. ㄱ씨는 대부업체로부터 수십만원을 빌렸음에도 연이율 수천%에 달하는 금리를 감당해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이 일한 업소 운영자 ㄷ씨( 한국주택공사 채용 60대)는 “대부업체가 ㄱ씨 아버지, 딸의 신상 정보와 사진까지 온라인에 유포하고 유치원 선생님 등 지인들에게 성매매 사실을 알리자 이를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에 이른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생활고와 불법 추심 등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매매 여성 ㄱ씨의 기업은행 신용대출 영정사진과 생전 발언문 등이 집회 현장 한 쪽에 놓여 있다. 정인선 기자

집회 현장 한켠에는 ㄱ씨 영정 사진과 이주대책위에서 활동할 당시 직접 쓴 발언문이 놓여 있었다. 고인은 “나는 낮에는 한 아이의 엄마이고 밤에는 성노동자다. 생계를 어떻게든 책임져 보려 이 길로 발을 내딛은 것이 왜 비난받아야 하느냐. 이주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지치지도 쓰러지지도 않고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겠다”고 적었다.
이주대책위 요구에 대해 윤정두 성북구청 주거정비과장은 “이주보상금 지급은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재개발 조합 몫이고, 임대아파트 입주 요청의 경우 130여명 종사자 가운데 미아리에 (주민등록상) 주소를 둔 이가 10여명으로 적어 지원 기준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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